한때 ‘브로맨스’(남자들 간 친밀한 관계)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제는 서로가 싫어할 것이 뻔한 행동과 발언으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두 ‘스트롱맨’의 거친 대응이 이어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시리아 공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땅을 밟은 11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승인하는 서명을 하고 있었다. 틸러슨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동한 12일, 트럼프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했다.
나토는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군사 연합체다. 러시아는 발칸 반도에 자리 잡은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도발로 규정해 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주도해 온 밀로 주카노비치 당시 몬테네그로 총리를 암살하려다가 적발된 쿠데타 음모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러시아는 나토 확장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틸러슨의 방러에 맞춰 보란 듯이 나토 28개 회원국 중 24번째로 몬테네그로의 가입을 승인했다.
한발 더 나아가 백악관은 “나토 동맹은 1949년 창립 이후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중심 역할을 해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나토 정상회의를 나토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12일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이 정말 악인인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며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짐승”이라고 표현했다. 푸틴도 맞받아쳤다.
틸러슨과 라브로프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인 푸틴은 러시아 TV에 출연해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군사적인 대치 수준까지 나빠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대선 때 음으로 양으로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던 푸틴이 트럼프 정부를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보다 혹평한 것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푸틴이 이번 공습을 계기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멀어지는 출구를 찾을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은 화학 공격의 배후에 있지 않다. 아사드 정부에 누명을 씌우기 위해 반군이 조작한 일”이라며 오히려 아사드를 적극 감쌌다.
그러면서 “아사드 정부에 화학무기 사용 책임을 지우려는 또 다른 도발들이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미국의 조작설까지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며 침공했던 일을 연상시킨다”며 아킬레스건인 이라크 침공까지 언급했다. 푸틴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기구에 진상 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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