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사, 중국계 아닌 베트남계… 中이어 베트남도 ‘인종차별’ 비난
‘항공법 강화’ 美서 하차 지시땐 순순히 따르고 보상금 청구가 최선
승무원 자리를 마련한다며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피해자가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트남 국민도 비난 여론에 가세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한 승객이 베트남계 내과의사인 데이비드 다오 씨(69)라고 12일 보도했다. 다오 씨는 20년간 미국 켄터키 주에서 살았으며, 현재는 퇴거 당시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시카고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소셜미디어에는 항공사의 행태에 대한 분노의 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백인 출신의 미국인도 이런 식으로 대하겠느냐”고 비판했고, 또 다른 누리꾼도 “해당 피해자에게 정확하게 보상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에서도 비난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웨이보에는 ‘유나이티드항공 강제 승객 퇴거’ 해시태그가 핫이슈 1위를 달렸고, ‘유나이티드항공 보이콧’이라는 페이지가 등장해 120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가입했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의 존 툰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의원은 11일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공항 당국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동영상에서 드러난 일 처리 과정이 명백히 우려스러운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직격탄을 맞은 유나이티드항공은 주가가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8억 달러(약 916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켄터키 주 일간지 ‘커리어저널’은 다오 씨가 10여 년 전 게이 섹스에 사용되는 마약을 처방했다가 의사 면허가 정지된 뒤 2015년 회복된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CNN방송 등 다수의 언론은 “기자가 유나이티드항공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기내 강제 하차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대한항공 등 한국 국적 항공사들은 유나이티드항공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경우 일부 승객을 수송할 수 없는 ‘오버부킹’ 상황이 생기면 출국일 전에 승객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다른 시간의 대체 노선이나 여행지 변경 등을 유도한다. 그 대신 좌석 업그레이드, 호텔 숙박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항공권을 환불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항공사는 예약 및 탑승 관리 시스템이 워낙 정밀해 탑승 전에 100% 다 정리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이 같은 일을 당하면 해당 항공사를 상대로 나중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번처럼 항공기에서 끌려 나오는 순간에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미국에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항공법이 강화돼 승무원의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버부킹’에 의해 하차를 지시받았다면, 승객은 내린 뒤 최대 1350달러(약 155만2500원)의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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