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흘리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시간 통화한 뒤 대북 정책의 무게중심을 급격히 미중 협력을 통한 대북 압박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당근(중국 환율조작국 비지정 등 대미 무역 조건 향상)과 채찍(칼빈슨함 항모전단 한반도 해역 급파)을 동시에 활용하는 ‘트럼프식 이중전술’이 중국을 움직이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전(현지 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 문제를 적절히 다룰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며 “중국이 못 하면 미국이 동맹국들과 할 것이다!”라고 올렸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상 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비공개로 하는 외교 관례를 깨고 “북한의 석탄 운반선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시 주석의 통화 발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내가) 기대한 결과(북한 압박)를 내놓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중 북한대사관이나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등을 통해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4일 방북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인터뷰에서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북핵 해결과 미중 간 무역 문제를 연계시킨 빅딜을 시 주석에게 제안했다고 밝혀 이 같은 시 주석의 움직임이 자신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이중전술’은 6, 7일 플로리다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시 주석에게 “북핵 위협 중단을 도우면 (미중 간) 거친 무역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우리(미국)를 돕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미중) 무역 조건은 (북핵 문제에서) 우리를 도울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협박도 곁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의 유대감을 숨기지 않고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에 만족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잘 맞았다(a very good chemistry)”며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과 따뜻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 나는 그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시 주석은 매우 영리하다. 그의 강점 중 하나다”라며 “유연함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WSJ는 미중 정상 간에 가장 놀라운 브로맨스(남자들 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인터뷰에 이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를 돕고 싶어 한다. 시 주석이 그렇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나설 독자 행동의 의미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 행동이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보다는 경제·정치적 제재 압박 확대에 무게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을 어르고 때려 북한의 태도를 바꾸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북핵 포기라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과 25일 인민군 창건기념일까지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자제할 경우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