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일단 유보한 것을 포함해 선거 때부터 내건 경제공약 다수를 번복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임 불가 △수출입은행 폐지 등에 대한 기존 견해와 상반된 주장을 쏟아낸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 폭격과 대북 군사력 사용 위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존중 등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에 이어 경제 정책까지 현실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일한 원칙은 ‘이미 천명한 원칙이나 발언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약속 파기 목록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선 ‘중국의 북한 핵 문제 해결 역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중국이 (최근) 몇 개월 동안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배치되는 수출입은행 폐지를 공언했지만 이날 인터뷰에선 “(이 은행을 통해) 많은 중소기업이 실질적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며 180도 다른 인식 변화를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옐런 의장과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위해) 상당히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옐런 의장을 재선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선 “나는 그녀(옐런 의장)를 좋아하고 존중한다. 재선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입장 변화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는 “(사실) 나는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 달러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있다. 달러 강세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기존의 ‘달러 약세’ 선호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석 달 만에 주요 경제정책의 변화를 시사한 것에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한시름을 놓는 모양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이 환율조작국에서 제외되면서 우리가 지정될 가능성도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미 무역흑자가 가장 큰) 중국을 제외하면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미국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 대만 등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선호 발언도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의 글로벌 자금 이탈 불안감을 줄어들게 해 시장 안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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