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힘실으려… 메이 英총리 “조기 총선”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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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총선” 긴급성명 발표
“선거 승리로 안정적 리더십 확보… 야당의 협상 저지 움직임 돌파”
19일 하원서 총선 요청안 표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 총리는 18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6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19일 의회가 자신의 조기 총선 요구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은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지만 의회는 그렇지 않다”며 “그들(의회)의 정치적 장난을 막기 위해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기 총선을 위해서는 하원의원(총 650석)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은 절반이 조금 넘는 330석을 확보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날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혀 조기 총선은 확실시된다. 229석의 노동당이 모두 찬성하면 표결 통과 기준선인 434명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6월 8일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지난해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안돼 다시 선거가 치러지는 셈이다. 메이 총리는 취임 이후부터 줄곧 2020년에 예정대로 총선을 치를 것이며 조기 총선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메이 총리는 생각이 바뀐 이유에 대해 “영국은 확실하고 안정적이며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단일 시장을 포기하고서라도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는 ‘하드 브렉시트’를 구상하며 EU와 협상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단일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야당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데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까지 나오자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메이 총리의 승부수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16일과 17일 유고브와 컴레스의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유고브 44%, 컴레스 46%)의 지지율은 노동당(유고브 23%, 컴레스 25%)을 21%포인트 차로 앞섰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재임 시절인 1983년 이래 집권 여당이 야당을 가장 큰 격차로 앞서는 수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보수당이 56석을 더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곧바로 재정적 경제적 위기가 닥칠 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우리 소비자는 여전히 자신에 넘치고, 일자리 수도 늘었으며, 경제 성장도 예측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을 이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 의사를 밝힌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올 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로써 4∼5월 프랑스 대선, 6월 영국과 프랑스 총선, 9월 독일 총선까지 유럽의 빅3 국가가 올해 모두 주요 선거를 치르게 됐다. 각국의 선거 결과는 다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과에 따라 유럽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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