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의 디스토피아? “인류 30년간 인터넷때문에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中기업가클럽 주최 강연서 역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3일 허난 성 정저우에서 열린 중국기업가클럽 주최 강연에서 인터넷이 미래 직업 환경에 미치는 변화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허난상보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3일 허난 성 정저우에서 열린 중국기업가클럽 주최 강연에서 인터넷이 미래 직업 환경에 미치는 변화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허난상보
“돈이나 권력이 있는 부모도 없다. 인간관계가 넓은 삼촌도 없다. 과거에 해놓은 저축도, 지금 당장 가진 재산도 없다. 이런 젊은이라도 미래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23일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국제회의중심에서 중국기업가클럽 주최로 열린 ‘분화와 진화, 경제의 신동력을 찾아서’ 주제의 연차 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역설했다.

마 회장의 강연 제목은 ‘앞으로 30년은 누가 차지하나’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급변할 직업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됐다. 국내외에서 참석한 기업인과 대학생 등 1100여 명이 약 30분간의 마 회장 강연에 매료됐다고 현지 다허(大河)보와 허난상보가 전했다.

그는 “최근 항저우(杭州)에서 야간에 슈퍼마켓 3곳을 턴 강도가 붙잡혔는데 훔친 현금이 1600위안(약 25만6000원)에 불과했다”며 “손님들이 휴대전화로 결제해 현금이 없었기 때문으로 이제 거지도 휴대전화로 이체받거나 QR코드를 스캔해 적선을 받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의 변화는 기존 직업을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 만들기도 한다”며 “과거에는 도시에 건설 근로자들이 넘쳐났으나 지금은 (인터넷 쇼핑 제품) 배달원이 많다”고 소개했다.

마 회장은 “앞으로 30년간 인류는 인터넷 때문에 기쁨보다는 고통이 많을 것”이라며 “앞으로 30년은 인터넷 회사가 아니라 인터넷을 잘 쓰는 회사의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의 발달에 대해 경계심도 나타냈다. 그는 “AI와 로봇 도입으로 인한 자동화로 인간 수명은 길어지지만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기계는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만 해야 하며, 이 방법을 통해서만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대신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화될 환경을 이끌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CEO는 미래의 기회와 미래의 재난 두 가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를 보지 못하면 직원을 바른 방향으로 격려할 수 없고, 재난을 못 보면 충분한 준비를 못 한다는 것이다. CEO는 모두가 걱정할 때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들떠있을 때 다가오는 그림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미래 직업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분야로 판매, 제조, 금융, 기술, 에너지 등 다섯 분야를 들었다. 특히 전통 은행 산업은 기존의 ‘2 대 8’에서 ‘8 대 2’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은행 체계는 20% 고객(대기업, 국유기업, 부유층)에게 서비스를 잘해서 80%의 이윤을 올리는 시스템이지만, 앞으로는 80%(기존 금융에서 소외된 대중)에게 잘 서비스해서 20%의 이윤만 얻어도 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 회장은 “판매는 앞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어떻게 고객에게 서비스할 것인지’가 될 것이며, 제조업에 닥칠 개성화, 주문화, 스마트화는 판매에 불어닥칠 충격파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에너지 1, 2세대는 석탄과 석유로 공장과 회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제3세대 에너지는 디지털”이라며 “공장과 회사 다음의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마윈#알리바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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