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며 “조만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포기한 미국이 한국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청구서와 함께 보호무역주의까지 들이미는 모습이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온 만큼 앞으로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한미 FTA는 미국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했고, 열흘 전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재검토와 손질(review and reform) 의사를 밝혔을 정도면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던 트럼프는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제야 트럼프 발언의 배경과 진의를 파악한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어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재협상을 통해 지식재산권 문제 등 독소조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한미 FTA 체결을 민주당이 을사늑약이라고 했다”고 지적하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FTA를 체결한 사람이 우리”라며 공(功)을 다투는 장면이 노출됐다. 한미 FTA가 양국에 호혜적 이득을 주고 있는데도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때 재협상을 주장한 전력이 있다. 차기 정부가 대응 능력이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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