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젊은 여성이 AV(성인 비디오)에 강제로 출연당하는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개 ‘모델이나 아이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내용을 잘 확인하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한 뒤 성행위를 요구받았다. 촬영을 거부해도 “부모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요구받아 어쩔 수 없이 응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의 지원단체인 ‘휴먼라이츠 나우’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악질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젊은 여성들을 AV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업계의 실태가 드러났다.
문제의 성격상 쉬쉬하던 실태는 지난해 여름 피해자인 구루민 아로마 씨(26)가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밝히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다른 피해자도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도 순식간에 움직였다.
3월 15일 공명당 사사키 사야카 참의원 의원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만났다. 사사키 의원이 “젊은이들의 무지와 곤궁을 업자들이 이용한다. 강간하며 촬영하는 극히 악질적인 사례도 있다”고 호소하자 스가 장관은 “가능한 일은 즉시 하도록 합시다”라고 흔쾌히 응답했다.
스가 장관은 다음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나서 상담태세를 강화하고 실태를 알리겠다”고 표명했다. AV뿐 아니라 여고생들에게 접객 서비스를 시키는 ‘JK비즈니스’도 추가해 지금까지 과장급이 취급하던 대책회의를 국장급으로 격상시켰다. 2주일 뒤에는 긴급대책으로 진학이나 취직을 위해 상경하는 여성이 많은 4월을 ‘피해방지의 달’로 정했다. 일본 관가에서는 ‘이례적 속도의 대응’이라고 화제가 됐다.
지난달 26일에는 도쿄 시부야(涉谷) 근처의 쇼와(昭和)여대에서 내각부 주도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대생 1600명을 대상으로 구루민 씨가 자신의 피해사례를 소개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여성활약담당상이 참석해 심포지엄 뒤 시부야 거리에서 함께 계몽 캠페인을 벌였다. AV업계도 대응을 위해 4월 전문가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5월 중순에 본격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 다만 피해구제의 장벽은 높다. 일단 상품으로 유통되거나 인터넷에 유출된 영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원단체 측은 “그럼에도 정부가 움직여 준 것은 지원단체나 피해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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