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청구서를 들이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그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북과의 대화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쓰면서 직접 대화 용의를 밝힌 것을 한국으로선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모든 현안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인 만큼 말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크게 생각하고 선택지를 최대한 넓혀라’를 거래 원칙의 하나로 꼽아온 그는 국제질서도 규범이 아닌 흥정으로 여기고 널뛰기 발언을 쏟아내는 듯하다. 당장 중국 외교부에선 ‘대화만이 정확한 선택’이란 환영 논평이 나왔다.
외교부는 북한에 제시하는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평가절하나 일희일비를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경우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의 돌파구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으며 한반도 문제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북한이 당장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나 한국을 제외한 상태에서 대화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미국에 명확히 해야 한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현실과 타협하는 장사꾼 속성을 지닌 트럼프를 주도면밀하게 상대해야 할 것이다. 사드나 방위비 분담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사안별 현안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협상을 윈윈이 아닌 제로섬으로 아는 그의 거래 기술에 밀리지 않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주한 미국대사 임명 등 공식 대화 창구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도 빨리 열어 미국과 함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우선순위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을 명심해 우리 스스로 ‘한국 건너뛰기(코리아 패싱)’의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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