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으로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마크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에서 마크롱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자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이번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사라져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도 웃었다. 코스피도 3% 넘게 오르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 글로벌 증시에 달콤한 ‘마크롱 효과’
8일 금융투자업계가 지난달 21일과 프랑스 대선 2차 선거(7일·현지 시간) 전날인 5일 주가를 비교한 결과 프랑스 증시는 7.38% 올랐다.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가 같은 기간 6.35% 오른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8.82%), 독일(5.55%), 영국(2.57%) 등 유럽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마크 시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유럽 주식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 전반에 정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분간 유럽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유럽 밖으로 퍼졌다. 한국 코스피가 3.52% 올랐으며 미국도 2% 넘게 상승했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내 자금이 주식 등의 위험자산으로 되돌아와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프렉시트 우려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유로화 가치는 마크롱의 당선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당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 상승한(유로화 가치 상승) 1.1023달러에 거래됐다. 친(親)EU를 지향하는 마크롱의 승리로 유럽 통화 동맹의 미래가 안정됐다는 안도감이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상승세를 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마크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15∼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화답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프렉시트를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꼽아 왔다. 프렉시트는 EU 체제를 흔들고, 세계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렉시트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극단적 선택 없이 프랑스와 EU가 경기 회복을 꾀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의 낮은 잠재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마크롱이 해법을 빨리 내놓지 못한다면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다음 달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어 유럽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일단 봉합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당선자의 친(親)기업적이며 개방경제 지향적인 성향은 프랑스 및 EU와의 교역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유로화 가치 회복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최근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주식 매수세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는 프랑스 대선 결과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인 2.30%(51.52포인트) 오르며 2,292.76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2,3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3.3% 오른 23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를 다시 갈아 치웠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상승세에 주식 투자를 머뭇거리던 자금이 프랑스 대선 결과를 확인하며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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