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이어 영국 6월-독일 9월 총선… 메이-메르켈 ‘재집권 여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佛과 달리 집권당 지지율 오름세… 메이의 보수당, 지방선거 압승
메르켈도 주의회선거 2연승… 獨佛연합 vs 英 구도 이어질 듯

프랑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유럽의 선거는 계속된다. 영국이 조기 총선을 결정하면서 올해 유럽의 빅3 국가 프랑스(6월) 영국(6월) 독일(9월)이 모두 총선을 치른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변화의 열망이 불어닥쳤던 프랑스와는 다소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각각 현 집권 세력인 보수당과 기독민주당(기민당) 정권이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며 재집권이 유력해지고 있다.

6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8일 조사기관 IC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의 지지율은 49%로 27%에 그친 제1야당인 노동당을 22%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기관이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대 격차다. 보수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르고 노동당은 1%포인트 하락해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다. 보수당은 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선거보다 563석이 늘어나 382석이 줄어든 노동당에 압승을 거뒀다. 최근 40년간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집권당이 됐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로 한 번 민심을 표출한 영국은 유럽연합(EU)과의 험난한 협상을 앞두고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마르틴 슐츠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사민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도 지지율이 회복되며 4선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프랑스 대선과 같은 날인 7일 치러진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32%를 얻어 27.2%에 그친 사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월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 이어 2연승이다. 이 지역은 사민당이 집권했던 지역이라 더욱 의미 있는 승리다.

슐츠에게 역전됐던 메르켈의 개인 지지율도 다시 역전됐다. 터키의 수용으로 독일에 유입되는 난민 수가 줄어들고 메르켈의 난민 정책이 다소 강경해지자 난민 반대 여론이 줄어든 결과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모두 친EU 정당이라 차별화도 쉽지 않다.

영국과 독일의 집권 세력의 강세는 5% 안팎의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경제성장률 등 탄탄한 경제가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와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점에 올랐던 극우와 포퓰리즘 열풍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지율 하락세가 완연하다.

UKIP는 4일 지방의회 선거에서 원래 갖고 있던 146석 중 145석을 잃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4∼6%에 그쳐 원내 지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브렉시트 찬반이 갈라졌던 보수당을 대신해 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하며 각광을 받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브렉시트 지지자를 모두 흡수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9일 서베이션 조사에서 2015년 총선 당시 UKIP 투표자 중 54%가 다음 달 총선에서 보수당을 찍겠다고 답했다.

독일 난민 위기가 증폭되면서 지난해 3월 지지율이 24%까지 치솟았던 AfD는 7일 주의회 선거에서 5.9%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내부 다툼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이다.

이대로라면 유럽 3국은 메르켈과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끄는 독일-프랑스의 굳건한 연합이 주도하는 EU와 메이가 이끄는 영국이 맞서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럽에서 포퓰리즘의 열풍이 끝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프랑스보다 실업률이 더 높은 이탈리아는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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