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올랑드-맞싸운 르펜 껴안은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통합 행보
11일 총선 공천자 명단 발표 “절반은 여성, 절반은 신인 발탁”
사회당 발스 前총리 합류 의사… 정치개혁-협치 시험대 주목

“정말 많은 후회가 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4월 교양채널 카날플뤼스의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5년 전 처음 엘리제궁에 들어갔을 때 떠나는 사르코지를 배웅도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후회했다.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한 우파 대중운동연합(공화당 전신) 소속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과 치열하게 싸웠던 올랑드는 앙금 때문에 승리 후 배웅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5년 후 자신도 엘리제궁을 떠날 때가 되자 이런 아쉬움을 보인 것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후 첫 행사인 8일 개선문 전승기념식을 올랑드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함께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마크롱은 2014년 올랑드 덕분에 경제장관에 올랐지만 실용주의적 정책으로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다 결국 갈라섰다. 선거 내내 ‘올랑드 베이비’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던 마크롱은 “올랑드는 너무 정치 지향적이다”라고 비판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7일 밤 당선 직후 첫 연설에서 올랑드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데 이어 첫 일정도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개선문 행사 후 엘리제궁에서 비밀 회동을 하며 인수인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은 승리 연설 당시 청중이 상대 후보였던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를 야유하자 이를 제지하는 등 상대 후보를 껴안는 모습도 보였다. 마크롱은 7일 선거 마감 직전 르펜과 통화했다.

마크롱의 가장 주목받는 다음 행보는 11일 예정된 공천자 명단 발표다. 당명을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로 바꾼 마크롱 소속 정당은 이날 다음 달 총선에 출마할 577명의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다.

의석이 한 석도 없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리샤르 페랑 사무총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당선인의 약속대로 후보 중 절반은 여성, 절반은 의회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 출신으로 공천할 것이고 전과 기록이 있는 이가 공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 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사회당 후보 경선 결선까지 올랐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9일 “사회당은 죽었다”며 “마크롱 정당의 후보 리스트에 합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내부에서는 ‘도로 사회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아 공천 여부는 불투명하다. 마크롱 주변에는 공화당, 사회당, 중도 출신이 모두 섞여 있다. 통합과 협치, 그리고 정치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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