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본명은 미합중국(美合衆國·United States of America). ‘나라’라 할 ‘주(州·State)’ 50개의 연방체란 뜻이다. 그러니 얼마나 클까. 그걸 확인해 볼 요량으로 ‘∪’자 코스로 횡·종단하는 1만9800km(30일간)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그때 이걸 알게 됐다. 내내 햄버거로 매일 한두 끼를 해결했는데도 물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디서도 그 맛이 똑같다는 것도.
정크푸드라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패스트푸드. 그럼에도 햄버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이 두 가지 ‘가치’ 덕분이다. 특히 동일한 맛은 더더욱. 그리고 그거야말로 맥도널드 성공의 핵심임을 최근 알았다. 맥도널드를 매일 5400만 명이 찾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레이 크록(1902∼1984)의 창업 스토리를 그린 영화 ‘파운더’를 통해서다. 동시에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30초 안에 뜨거운 버거를 내는 스피디 시스템이란 핵심 가치의 창안자가 크록이 아니란 사실이다.
그는 동업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과는 주객전도의 대반전. 그는 프랜차이즈 1호점(1955년)을 낸 지 6년 만에 ‘맥도널드’의 모든 권리를 창업자 맥도널드 형제로부터 사들여 ‘맥도널드 왕국’의 기틀을 다졌다. 그 아이디어는 프랜차이즈 운영을 통해 깨달은 패스트푸드의 가능성에서 왔다. 그에게 맥도널드의 미래는 이거였다. 누구나 찾는 교회. 그러나 일요일만이 아니라 매일 수시로 일상적으로 찾는. 그래서 여러 혁신을 맥도널드 형제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거절. 그들은 현상 고수를 고집했다.
크록의 맥도널드 매수는 그래서 시도됐고 형제는 우여곡절 끝에 매각 서류에 사인했다. 이후 맥도널드는 크록이 꿈꾼 미래처럼 번창했다. 2014년엔 연간 순이익만 47억5780만 달러(약 5조3800억 원)를 기록했다. 그 ‘성공’의 열쇠. 감독은 이렇게 밝힌다.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끈기라고. 크록의 말 그대로다. ‘내 성공이 하룻밤에 이뤄진 깜짝쇼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난 30년의 밤은 정말 길었어.’
끈기 면에선 122개국에 6600개 호텔을 소유, 운영 중인 매리엇 인터내셔널의 창업 가문도 뒤지지 않는다. 1927년 워싱턴에 연 좌석 9개의 식당 핫숍을 기반으로 호텔 왕국을 세운 존 윌러드 매리엇(1900∼1985)의 일생 자체가 끈기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공항 근처 핫숍의 늘어난 도시락 주문이 탑승객 식사란 걸 알고는 기내식 사업에 뛰어들었고 비행기 여행 시대가 열리자 공항 근방에 호텔을 세웠다. 1950년대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는 자동차 여행 시대를 예견하고 모터호텔(모텔)을 들인 것도 그다. 지난해는 지구촌 굴지의 호텔체인 스타우드를 인수해 리츠칼턴과 W 등 30개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 호텔 회사가 됐다.
하지만 끈기가 성공의 만능키는 아니다.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다시 비행기 제작에 도전한 혼다의 경우다. 만약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1906∼1991)가 1972년 준중형 승용차 시빅의 대성공 이후에도 계속 경영을 맡았다면 지금의 혼다는 없을 수도 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젊은 엔지니어의 완강한 반대로 공랭식 주장을 포기했다. 그 덕분에 시빅은 성공했다. 그러자 즉시 사임했다. 기술과 지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내린 현명한 포기다.
스티브 잡스도 같다.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 중에 대오각성을 이룬다. 하드웨어 포기다. 그는 그래픽 개발사(NexT)를 만들어 조지 루커스 감독과 손잡았고, 컴퓨터그래픽으로만 만든 최초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는 그렇게 개발됐다. 그리고 그 성공으로 애플사 회장에 복귀했다.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 포시즌스도 비슷하다. 1961년 캐나다 토론토에 첫 호텔을 세운 이저도어 샤프(86)는 건축가다. 하지만 친구의 모텔을 지으며 호텔리어로 변신을 결심했다. 고객 입장에서 호텔을 보니 건축가로서 역량보단 운영자 역량이 더 중요하단 자각이 계기. 포시즌스의 슬로건 ‘집 밖의 집(Home away home)’은 그렇게 태어났다. 집처럼 편안한 호텔 만들기다. 건축의 포기로 태어난 환대의 끈기. 그 실체가 포시즌스 호텔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포기’를 거부한 채 ‘끈기’로만 버티다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전임자의 과오를 새겨 달라고. 당선인이 누구든 끈기로 밀어붙일 공약(公約)과 포기해야만 할 공약(空約)이 있다. 새 대통령은 그걸 엄격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 레이 크록이나 혼다 소이치로처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포기라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끈기라고 반드시 찬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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