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들에 불만 쌓여… 백악관 핵심참모들 경질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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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경질 논란, 소극대응에 분노
프리버스-배넌-스파이서, 핵심 3인 전원 물갈이 조짐
부분 개각 가능성도 배제 못해… 한반도 정책라인 인선도 늦어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 후폭풍을 돌파하기 위해 백악관 일부 핵심 참모들을 경질하는 인적 쇄신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선 트럼프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코미가 조사했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뉴욕타임스 등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핵심 측근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의 경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다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보직인 만큼, 이들을 경질한다면 다른 부처의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배넌 수석전략가의 경질설은 지난달부터 공공연하게 제기됐고, 스파이서 대변인은 최근 코미 경질 논란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노를 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불만이 많고 모든 사람에게 화가 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대로라면 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만일 배넌과 프리버스가 경질된다면 배넌이 맡고 있던 수석전략가 자리는 없어지고,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교체될 경우 최근 코미 경질 사태 와중에 해군 예비군 훈련으로 자리를 비운 스파이서의 ‘대타’로 나서 트럼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여성 부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가 후임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미 전 국장 논란으로 백악관과 일부 내각이 흔들릴 경우 안 그래도 지연되고 있는 한반도 관련 핵심 보직 인선도 자연스럽게 지연돼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북핵 공조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현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국방부 동아시아 차관보, 주한 미대사 등 핵심 한반도 라인업이 공석인데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흔들리면 이들 보직에 대한 인선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확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업은 방한 중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도다. 그나마 포틴저도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물러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천거로 임명된 사람으로 ‘트럼프 이너서클’ 멤버는 아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주요 한반도 관련 보직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인 만큼 백악관이 흔들리고 여야 정쟁이 심화되면 이들 인사에 대한 청문회 일정 자체를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주한 미대사의 경우 여름을 지나 가을에야 지명하거나 청문 절차를 거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미 경질 논란으로 트럼프 지지율은 갈수로 하락하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전 국장 해임이 정당하다고 답했다.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8%였다. 나머지 33%는 무응답이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코미#트럼프#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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