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년 황제가 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이후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최고지도자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0)은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보다 23세가 어리다. 선출직 경험이 없고 행정 경험이 짧은 대통령인 만큼 경험 많고 노련한 총리를 선출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15일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에두아르 필리프 공화당 의원(사진)은 47세로 총리 치고 어린 편에 속했던 전임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보다도 일곱 살 적다. 1984년 37세의 나이에 임명된 로랑 파비위스 총리에 이어 1958년 5공화국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젊은 총리다. 필리프는 2012년 초선 의원이 됐고 중앙 행정 경험은 전무하다. 변화에 대한 마크롱의 갈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파(필리프)와 중도(마크롱)로 이념적 성향은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의 삶은 닮은 구석이 많다. 마크롱처럼 북부 소도시(루앙)에서 중산층 이상(교사 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뒤 파리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최고 엘리트 코스라는 파리정치대와 국립행정학교(ENA) 동문이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근무했던 마크롱처럼 그도 프랑스 원자력기업 아레바에서 대관업무를 맡아 사실상 로비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15일 “나는 우파 정치인”이라고 밝힌 그는 마크롱보다 보수적이다. 동성 커플에게 결혼할 권리를 부여하는 투표에서 기권하기도 했다. 그의 임명 이후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그에게 남녀평등은 우선순위 정책이 아니다”며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의 임명을 두고 마크롱의 ‘노동개혁’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분석도 많다. 마크롱의 노동시장 유연화 대선 공약은 자유주의 신봉자인 필리프와 맥이 닿는다. 그는 15일 프랑스 공영방송 TF1에 출연해 “프랑스 노동법은 너무 경직돼 있어 오히려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개정에 앞장설 뜻을 밝혔다.
필리프는 일주일에 세 번 훈련하는 복싱광이다. 그는 15일 “복싱은 자기 통제와 정복의 스포츠”라며 “총리직을 수행하면서도 계속 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 권의 추리소설을 낸 작가다. 영화 대부를 50번 넘게 봤다고 한다. 전임 대통령 성대모사를 즐겨 하는 유머러스함도 있지만 대체로 냉소적이고 거만하다는 비판도 있다.
프랑스 역사상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소속 정당이나 대선 캠프 외 인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관건은 다음 달 치러지는 총선이다. 총선 참패를 해 야당에 총리 지명권을 내줘야 할 경우 필리프 총리 임기는 한 달여 만에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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