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이에 한국의 애완동물 산업은 확대된 느낌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번화가에서도 ‘페트 숍(애완동물 상점)’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충무로의 애완동물 거리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세련되고 멋있는 가게가 많다.
지금도 쓴웃음이 나오는 기억이 있다. 10년 전에 한국 여행을 갔을 때다. 송파구 잠실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호텔까지 걸어 돌아오고 있던 중에 오래된 페트 숍이 있었다. 무심코 창 너머로 히말라얀과 같은 긴 털을 가진 흰 고양이 1마리가 보였다. 필자는 근시인데다 밤이어서 확실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쌀쌀한 겨울인 탓에 빨간 양말(靴下·구츠시타)을 신겨 놓은 듯 했다. 백색(고양이)에 빨간색(양말)이 조화를 이뤄 정말 예뻤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양말이 아니었다. 양말 비슷한 모양으로 발을 빨갛게 염색을 한 거였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고양이의 얼굴을 보고 더 놀랐다. 고양이 볼 부근까지 빨갛게 염색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일본에서도 말티스 등 작은 강아지의 털에 여기저기 염색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런 식의 동물 염색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생각해보자. 머리를 컬러로 염색하면 머리카락은 물론 두피도 따끔거린다. 그것을 생각하면 동물에게 염색약이 해로울 것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동물애호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유럽에 비해 아직 느린 편이다. 애완동물 선진국 영국에서는 페트 숍에서 동물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2년에 드디어 페트 숍 등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전시 판매할 수 있는 시간대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하는 규제가 마련됐다. 심야 영업하는 페트 숍의 경우 애완동물은 장시간 빛에 노출돼 힘들어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높다. 그곳에서 애완동물은 ‘생물’이 아닌 ‘물건’이었다. 심야에 술집 여성이 만취한 손님과 함께 페트 숍에 가 20만~30만 엔(약 300만 원)이나 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달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이 여성은 다시 페트 숍에 가서 전날 구입한 동물을 반품해 현금을 받는다는 거다. 과거에는 브랜드품(명품)을 사달라고 해서 그것을 다시 돈으로 바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애완동물이 브랜드품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도쿄, 오다이바에는 대형 페트 숍이 있다. 컨셉트는 ‘애완동물과 사람이 모두 놀고 즐겨요!(ペットと人が共に遊び、樂しむ)’다. 그러나 보통 페트 숍과 다를 바가 없다. 애완동물 상품을 판매하고 훈련 교실이나 실내 도그 런(개의 사슬을 잇기 위해 지면에 붙인 강철 줄)까지 있다. 휴일에 방문하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들로 붐빈다. 가게 안에는 동물 전용 산소 캡슐까지 있다. 스포츠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약 고압산소 캡슐로 기압을 조금 내려 산소의 흡수율을 올리는 기계다. 운동 부족이나 부상의 회복 그리고 아름다운 털(毛¤み·하나미) 유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모양이다. 10분 이용에 1080엔이나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애완동물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애완동물은 우리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마음에 위안이 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나 생활을 할 때 배려하고 보살펴 준다. 그러나 가끔 우리가 애완동물을 생물이 아닌 물건으로 다루는 건 아닐까. 스스로 경계(自戒·지카이)하고 되돌아 볼 일이다.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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