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잡아라” 위기의 美 폭스뉴스, 현직의원을 소방수로 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17시 33분


간판 진행자들의 연이은 스캔들과 이직으로 위기에 빠진 폭스뉴스가 현직 정치인 수혈로 위기 타개를 꾀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하원의원직을 6월 말 내려놓겠다고 예고한 제이슨 채피츠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이 폭스뉴스로 이직할 전망이라고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시청률을 얻고 채피츠는 전국적 인지도를 쌓아 더 큰 정치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윈윈’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피츠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최근 맞은 50번째 생일잔치에서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지난 8년간 가족과 떨어져 1500일을 보냈다는 현실에 마주해 그 어느 때보다 충격이 컸다”는 글을 올렸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5선에 성공한 지 약 반 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018년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아예 임기를 마치지 않고 중도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채피츠의 행보는 ‘스타 파워’ 공백에 빠진 폭스뉴스의 최근 위기와 맞물린 전략적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설전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여성 앵커 메긴 켈리가 올해 초 NBC로 이직한 데 이어 간판 진행자였던 빌 오라일리가 성추문으로 지난달 말 퇴출돼 폭스뉴스로서는 보수층 시청자들을 붙잡을 만한 새 간판 앵커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채피츠의 폭스뉴스행을 처음 보도한 월간지 워싱터니안은 “폭스뉴스가 오라일리와의 관계를 청산한 당일인 19일 채피츠가 페이스북에 ‘사기업 영역으로 돌아갈 개인적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며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뉴스위크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채피츠의 벤치마킹 대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로부터 부통령 제의를 받았다 거절한 것으로 유명한 케이식은 하원의원 활동을 접은 뒤인 2001년부터 6년간 폭스뉴스에서 방송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쌓은 인지도를 활용해 2010년 오하이오 주지사로 당선됐다. 방송 진출을 통해 “기자들과 유권자들의 질문, 그리고 시위대에 시달리지 않고도 유명해질 수 있다”며 유타 주지사를 노린다는 평가를 받는 채피츠로서는 뉴스 앵커 자리가 ‘영리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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