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첫 해외순방’ 트럼프에겐 예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5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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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대교 전통 모자를 쓰고 유대교 최대 성지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대교 전통 모자를 쓰고 유대교 최대 성지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있다. © AFP=뉴스1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죠. 사람 성질머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의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적용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24일 AP통신은 19일부터 9일간의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막바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만 남은 상황에서 여태껏 기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갖는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까닭이죠. 남은 순방기간에 열릴지도 미정입니다.

게다가 워싱턴에서는 아침마다 올렸던 날선 트위글도 시차 탓인지 외국에 나와서는 잠잠합니다. 물론 트위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외국 정상의 환대에 감사한다”는 수준입죠.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반(反)테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중재 등 굵직한 국제 현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때는 미리 준비된 자료만 침착히 읽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즉흥 발언을 즐기는 평소 그답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런 행보는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러시아에 기밀 유출 의혹 등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국내 문제를 의식해 적극적인 발언을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기질이 어디 갈까요. 국방, 경제, 기후문제 등에서 첨예한 이해상충을 보이고 있는 유럽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도 트럼프가 욱하는 기질을 자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해외 순방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순방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있습니다. 아비그로드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4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친구인 미국이 했던 일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제공한 테러 정보를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지목한 것이지요. 앞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관리들에게) 이스라엘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직접 부인했지만 미국의 최우방인 이스라엘조차 트럼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G7 회의까지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갑니다. 해외 순방 중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연달아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우방국이 자신을 의심하며, 미국 현지 언론들은 그가 돌아가자마자 순방 성과를 두고 들들 볶을 것이 뻔합니다. 귀국하는 그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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