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의 정점을 찍을 듯한 이 발언의 주인공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2)이다. 두테르테가 26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군인들을 격려하며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충격적인데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을 살피면 더욱 충격적이고 공포스럽다. 두테르테의 이번 막말이 나온 민다나오 섬은 23일 그가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단체 테러를 막기 위해 60일간 계엄령을 선포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계엄령 선포 기간 권력을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군인들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즉각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 라플러에 따르면 여성인권단체 가브리엘라는 성명을 통해 “강간은 농담이 될 수 없다. 계엄령이 선포돼 여성과 아동을 헤치는 군사력 남용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농담이라기엔 역겹다. 군인들에게 계엄령 선포 기간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난 여론이 세계적으로 퍼지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군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과장되게 허세를 부렸다”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에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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