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으로 볼 때 그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카리스마 있고 유력한 인물이다. 지금의 지도자가 힘이 빠지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30년 근무한 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보프로젝트 책임자로 활동하는 브루스 리델은 최근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간판스타로 떠오르는 함자 빈라덴을 이같이 묘사했다. 올해 28세인 함자는 2001년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대한 항공기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이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빈라덴의 아들 4명 중 막내인 함자는 어린 시절 테러 선전 영상에 등장하며 ‘알카에다의 왕자’ ‘마스코트’로 지명도를 얻었다.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10분짜리 알카에다 선전 영상에 삽입된 그의 음성이다. 함자는 “우리를 불신하는 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라. 앞서간 순교자들의 발자국을 따르라”고 지시했다. 공습으로 사망한 시리아 아동들의 복수를 위해 유럽과 북미에 공격을 하라는 구체적 요구도 담았다. WP는 “(함자의 음성은) 어리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마치 아버지 빈라덴이 아들 몸에 빙의해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청년이 된 함자의 부상이 새로운 테러리즘의 부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테러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젊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함자를 새로운 리더로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탈린스키 중동미디어연구소 국장은 “알카에다에 충성하면서 이슬람국가(IS)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함자가 내리는 영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자원 및 부대원 모집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IS와 알카에다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테러리즘 분석가인 피터 베르겐은 “세가 줄어든 IS로선 알카에다와의 동맹이 (세력 회복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불행히도 (동맹이 된다면) 꽤 치명적인 조합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아버지를 사살한 미국에 복수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올해 초 함자를 ‘특별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함자가 조직의 수장에 오른다면 통치 스타일에서는 아버지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자는 아버지의 악명 높고, 기세등등한 스타일을 거부한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유대인과 미국, 유럽, 친(親)서방 무슬림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언제, 어떤 도구를 쓰든 테러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치밀한 군사작전을 썼던 아버지와 달리 폭탄이든 일상적 물건이든 제약 없이 활용해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자신의 얼굴과 개인정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도 아버지와 다르다. 이번 선전 영상에서도 음성만 등장했으며, 사는 곳도 특정되지 않았다.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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