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각 세운 구테흐스 유엔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3시 00분


언론 기고서 평화유지군 역할 강조… 분담금 깎으려는 美정부 우회 비판

“1948년 팔레스타인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처음 파견된 이래로 최근까지 3500명이 넘는 유엔 인력이 평화유지활동 중에 사망했다. 평화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힘들고 위험한 여건 아래에서도 계속돼 온 (유엔 평화유지군의) 혹독한 노고(勞苦)를 통해 지켜져 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29일 ‘유엔 평화유지군의 날’을 맞아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에 기고한 ‘유엔 평화유지군은 지구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번영을 위한 투자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기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 “전 세계 사람들은 안전과 안정, 자녀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그들 모두가 열망하는 세상을 이루고,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요즘은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한 안보 위협이 곧바로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그런 위협의 확산을 미리 막는 방어선의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팎에선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고, 관련 분담금 삭감을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주도로 세계 16곳의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재검토하고 있다. 최근 아이티 평화유지군은 철수하기로 결정됐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평화유지병력 역시 18% 삭감될 예정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고문에서 “평화유지활동 예산은 193개 유엔 회원국 전체 군비 지출의 0.5%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혼자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8배나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구테흐스#유엔총장#트럼프#평화유지군#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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