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잡는 젊은 조련사로 부상
트럼프에 ‘강렬한 악수’ 날리고 푸틴에겐 거침없는 직설 답변
정상회담서 “북핵-테러 대응 공조”… 시리아-우크라 문제엔 신경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0)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강한 남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직설적이고 당당한 행보를 이어갔다. ‘늙은 스트롱맨’을 길들이는 ‘젊은 조련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과 푸틴은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2시간가량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수교 300주년을 기념한 만남에서 두 정상은 북핵 프로그램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조 체제 강화 등 일부 현안에선 의견이 일치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체첸공화국 동성애자 탄압,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등 주요 현안에선 확고한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고 BBC가 전했다.
마크롱은 푸틴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선 기간 가짜 뉴스 논란을 불러온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통신을 직접 언급하며 “거짓 선전을 퍼뜨린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 언론의 캠프 출입을 막은 이유를 묻는 푸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푸틴 면전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를 가짜 뉴스 생산자라고 비판한 발언은 유럽 매체들이 톱뉴스로 다뤘다.
마크롱은 “화학무기 사용은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이라며 “누구든 이런 상황이 생기면 프랑스가 즉각 보복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4월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을 겨냥해 경고하는 발언이었다. 이에 푸틴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테러집단에 대처하려면 정부를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은 푸틴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듯 체첸공화국에 동성애자를 고문하는 게이 수용소가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마크롱에 대해 “학습이 빠르고 자신감이 있으며,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트럼프에 이어 푸틴과도 ‘악수 외교’를 폈다. 트럼프와 힘겨루기를 한 것과는 달리 푸틴과는 정중하고도 신속한,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냉담한 악수를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평가했다. 현지 언론에는 먼저 손을 내민 마크롱의 손을 바라보는 푸틴의 모습이 보도됐다. 마크롱은 28일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푸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스트롱맨을 다루는 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들은 국제 관계를 힘의 논리로 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모욕해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양자 대화를 할 때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존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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