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의 오비추어리]인도 농부들을 부자로 이끈 ‘농군의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14시 44분


세계 2위 미량 관개 기업 ‘자인관개시스템’의 창업주 바발랄 자인(Bhavarlal Jain)

출처 : 바발랄 자인 개인 웹사이트
출처 : 바발랄 자인 개인 웹사이트
인도 농부들이 농작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도운 세계 2위 미량 관개 기업 ‘자인관개시스템’의 창업주 바발랄 자인(Bhavarlal Jain). 그가 2016년 2월 25일 뭄바이 자스록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물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미량관개는 파이프를 통해 물방울, 연무를 뿌려 농작물의 생육을 돕는 방법 중 하나다. 임직원 1만 명 이상의 자인시스템은 2015년 9억7000만 달러(약 1조 88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인도 대기업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터키 이스라엘 등 10여개 국가에 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인은 1937년 12월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잘가언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1년 봄베이대(현재 뭄바이대)에서 상학, 1962년 봄베이정부법학대(현재 뭄바이정부법학대)에서 법학 학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그는 지방 공무원으로 선발됐으나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1963년 미국의 석유회사의 현지 영업권을 따내며 석유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등유는 잘 팔리지 못했다. 농장, 집을 모두 찾아다니며 등유를 팔아야 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방식으로 매출을 키웠고 디젤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사업권까지 확보했다.

자인은 사업 규모를 더 키웠다. 등유, 석유 등 고객 대부분이 농부들이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오토바이 트랙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타이어, 배터리 등도 팔았고 농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농기계 농약 비료 종자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1980년 당시 시장이 막 커지던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자인은 후발주자였다. 기존 경쟁 기업들은 정부, 중간 대리점 등을 고객으로 삼고 영업했다. 반면 자인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틈새시장을 노렸다. 일반 농부 등 독립적인 수요가 큰 고객을 겨냥했다. 1980년대 말 자인의 시장 점유율은 25%까지 오르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관개 시스템에 도전했다.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PVC 파이프를 이용해서 농작물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인은 농작물 수확량이 평균 이하를 밑도는 땅을 구입해 관개 시스템을 통해 비옥한 땅으로 바꿨다. 그가 가꾼 옥토가 늘면서 농부들의 신뢰도 쌓였고 관개 시스템의 판매량은 늘었다. 그는 어느 덧 인도에서 미량 관개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다. .

미량 관개는 물 사용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반면 생산량은 절반 가까이 늘릴 수 있다. 그의 도움을 받은 농부들은 생산량이 늘고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그의 성공담은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1997년 미국관개학회는 그에게 관개 농업의 성과를 인정해 ‘크로포드 레이드상’을 수여했다. 그는 이 상을 아시아인 중 두 번째로 받았다.

그는 말년에 간디연구재단을 후원하며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정신 유산 보급에도 기여했다. ‘인도의 제2차 녹색혁명가’로 불리는 자인의 도전 정신이 빛나는 이유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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