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北 주권 지키기위해 핵무기 외엔 방법 없어”…옹호 발언 의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4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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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나타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현지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옹호하려는 의도보다는 미국의 대러 포위망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토론에서 미국을 비판하며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가 확장되는 동안은 북한에서 지금 나타나는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이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가지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2일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푸틴의 기본적인 생각은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 원인은 무력을 배경으로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있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강한 경계감이 있다.

푸틴은 이날 토론에서 “군사동맹에 들어간 국가는 주권을 제한받고 멀리 있는 지도부(미국)에게서 허가받은 일밖에 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미일동맹, 한미동맹이 미국의 뜻을 받들어 러시아를 동서로부터 조여드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일자 타스 통신도 푸틴 대통령이 최근 올리버스톤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0년 6월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제안했었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당시 클린턴은 ‘안 될 것 뭐 있냐(why not?)’라고 화답했으나 미국 대표단은 매우 긴장했다”고 털어놨다는 것. 푸틴은 스톤 감독이 “가입 신청을 했냐”고 묻자 웃어넘긴 뒤 “나토는 미국의 정치적 도구이고, 동맹은 없고 종속만 있다”며 “한 국가가 나토 멤버가 되려면 나토의 리더인 미국의 압력을 거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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