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2006년 12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 감옥에서 미국 가수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노래 ‘패밀리 어페어’를 즐겨 들었다. 감옥의 작은 정원에 듬성듬성 난 잡초를 꽃보다 더 애지중지 가꿨다. 단 음식을 좋아했고 머핀을 즐겨 먹었다.”
바그다드 인근 미군 비밀교도소에 수감됐던 후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옆에서 지켜봤던 미국인 교도관 윌 바르덴웨퍼의 저서 ‘궁전 안의 죄수’(6일 출간)에 담긴 일화들을 영국 텔레그래프가 2일 소개했다. 후세인은 처형 직전까지 ‘슈퍼 트웰브’라 불린 미군 교도관 12명에 의해 집중 감시를 받아왔는데, 바르덴웨퍼는 그 중 한 명이었다.
저서에 따르면 후세인은 24시간 함께하는 교도관에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문을 연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후세인은 아들 우다이가 파티에서 총을 쏘며 여러 명을 죽이자 이에 격분해 아들의 롤스로이스, 페라리, 포르쉐 등 고급차량을 모두 불태운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종종 과거 이야기를 하며 껄껄 웃었는데, 마치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뱀파이어 ‘카운드 본 카운트’를 보는 듯 했다고 바르덴웨퍼는 묘사했다.
비록 영어의 몸이 됐지만 왕 부럽지 않게 살아온 과거가 묻어나는 모습도 있었다. 후세인은 식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침식사는 늘 오믈렛-머핀-과일 순으로 먹었는데, 만약 오믈렛이 찢어졌으면 먹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저자는 후세인이 잔혹한 독재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예의바른 남자였다고 회고했다. 한 의무병이 친형제가 죽었다고 하자 후세인이 그를 끌어안더니 “내가 너의 형제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도관들은 후세인을 할아버지처럼 대했고, 후세인이 사형 당했을 때 진심으로 슬퍼했다. 바르덴웨퍼는 “후세인의 행동이 모두 연기였을 수도, 순수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정답이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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