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으로 세계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파장을 진화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공동 선언문까지 내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하려던 중국은 다른 현안들에 발이 묶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에 따른 전 세계의 비난을 접하고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뒤 청중으로부터 파리협약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관한 추궁성 질문이 쏟아지자 “(최근의 결정들이) 우리가 세상에 등을 돌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세상에 있을 것이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싫든 좋든 우리는 세상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각자 우리 자신의 국경 안으로 후퇴한다면 얼마나 형편없는 세상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언뜻 듣기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파리협약을 박차고 나온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는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기후가 변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고, 오염물질들이 그 원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것(기후변화 방지)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변호했다. 이어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고 해서 기후변화 억제에 관한 미국의 약속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또 미국이 더 이상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벨기에를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일 브뤼셀에서 가진 중-EU 정상회담에서 협약 이행 및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내용으로 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하고 문안에도 대부분 합의했으나 결국 발표가 무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과 EU 양측은 기후변화, 자유무역과 세계화,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한반도 비핵화 등에는 공감했으나 철강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 반덤핑 관세 부과,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 부여, 중국 인권과 법의 지배,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시설 건설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글로벌 정책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이를 이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7년 미국을 제치고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지만 줄곧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해 오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 15년간 유지돼 온 세계무역기구(WTO) 내 비시장경제(NME) 국가 지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EU가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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