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국민들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증언을 지켜보기 위해 집과 회사의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미 전역의 방송과 케이블 네트워크들이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에 맞춰 생중계하면서 마치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시즌을 연상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CNN 등은 오전 정규 프로그램 편성을 취소한 채 코미 청문회를 몇 시간 전부터 생중계했고, 청문회가 열리는 워싱턴 ‘하트 상원의원 회관’ 주변에는 전날 오후부터 방송사 중계 차량 수십 대가 몰려들었다.
미국민들은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코미 전 국장의 증언 한마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워싱턴에 있는 스포츠바인 ‘유니언 펍’은 코미의 증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반응을 올릴 때마다 공짜 맥주와 버번위스키 한 잔씩을 돌리겠다고 했다. 뉴저지주에 있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에버그린 파트너스는 코미 청문회가 열리는 시간에는 고객 상담도 하지 않기로 했다.
코미 전 국장이 전날 A4용지 7쪽 분량으로 내놓은 상세한 모두발언을 놓고 CNN 등 미 언론은 “트럼프가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코미 전 국장은 이 문건에서 “트럼프와의 1월 첫 면담 이후 차량 안에서 노트북에 적는 등 매번 기록을 남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며 내용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코미 전 국장은 3차례 면담, 6차례 통화 등 최소 9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코미 전 국장의 폭로를 그의 시점에서 주요 내용별로 정리한다.
○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외압
올해 2월 14일 트럼프에게 보고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그 자리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있었는데 트럼프는 나중에 다 나가라고 한 뒤 나와 단둘이 남았다.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의 대형 괘종시계 옆 문이 닫히자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플린은 좋은 사람이고 많은 일을 헤쳐 왔다. 플린은 러시아인들과의 통화에서 잘못한 게 없지만 부통령을 오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일에서 손을 떼고 플린을 놔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이전에 플린과 함께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는 응답했지만 “손을 떼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면담 직후 대화 내용을 메모한 뒤 FBI 간부들과 이를 논의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는 FBI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FBI 간부들도 트럼프의 요청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 트럼프, 노골적으로 충성 강요
(취임 직후인) 1월 27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저녁을 하자고 했다. 가족을 다 초대하겠다고 했다가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자리에 갔더니 단둘이었다. 트럼프는 나에게 “FBI 국장을 계속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이미 남은 임기(10년 중 6년)를 채우고 싶다고 말한 바 있어 이상하게 여겼다. 아무래도 FBI와 무슨 ‘비호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나에게 “나는 (당신의)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 나는 FBI와 법무부가 백악관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만찬 말미에 다시 “난 (당신의) 충성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은 나로부터 항상 정직함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트럼프는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정직한 충성심”이라고 말했다. ‘정직한 충성심’이라는 표현을 서로 다르게 이해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서 더 논쟁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 트럼프 “러시아 매춘부와 안 만났다”
트럼프는 3월 30일 통화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내가 미국을 위해 일하는 데 (장애를 초래하는) 구름이 되고 있다. 나는 러시아와 아무 상관도 없고 매춘부를 만난 적도 없다.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사를 빨리 하겠다”고만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매춘부와 함께 있었다는 영국 정보요원의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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