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이 8일 치른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상실했다. 650석 중 318석을 확보해 제1당 지위는 유지했으나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차질이 예상된다. 11일로 예정된 프랑스 총선의 경우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의 몰락이 예고됐다. 여론조사에서 주요 정당 중 지지율 꼴찌를 기록한 사회당은 대선 참패에 이어 전체 의석 577석 중 고작 15∼5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에 좌우 진영논리가 통하지 않으면서 두 나라 정치 지형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종전보다 12석이 쪼그라든 영국 보수당의 부진은 메이 총리의 ‘도박’에서 비롯됐다. 올 4월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21%포인트로 벌어지면서 메이 총리는 압승을 자신해 조기 총선을 요청했지만 자신의 오만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과반 의석마저 지키지 못한 원인으로 테러와 노년층 복지지원 축소 정책 등이 꼽힌다. 특히 젊은층의 세금 부담을 의식해 고령자 요양지원을 줄이는 공약이 ‘치매세’ 논란에 휩싸여 급히 철회했으나 최대 지지층인 노년층이 등을 돌렸다.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의 압승이 전망되면서 좌파를 대표하는 사회당은 군소 정당으로 추락할 처지에 놓였다. 48년 역사의 사회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심각한 경제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 탓이 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심은 집권당 시절 사회당의 무능을 심판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유럽 유권자들은 전통 기득권 정당을 불신하면서 나라와 살림살이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구체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좌우 이념보다 ‘나의 복지’ ‘우리의 일자리’가 표심의 우선 기준이 된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현실로 보여주지 못한 전현(前現) 집권당을 향해 레드카드를 내민 셈이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문재인 정부는 영국과 프랑스 총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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