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중 타고난 기술 천재는 잡스가 아니라 워즈니악이었다. 1971년 워즈니악이 전화회사 주파수를 모방해 국제전화를 공짜로 할 수 있는 불법 기계 회로를 만들자 잡스는 이걸 상품화해서 개당 150달러에 팔았다. 애플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이후 워즈니악은 신기술을 만들고 잡스는 시장과 소통하며 수요를 읽었다. 잡스는 ‘천재의 위대한 조력자’였다는 게 잡스를 25년 동안 알고 지낸 ‘PC 혁명의 기록자’ 브렌트 슐렌더의 말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도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겨 명성을 쌓았다. 그는 공세적 인수합병(M&A)으로 GE의 매출을 크게 늘리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퇴임 뒤 경영학석사(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경영은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웰치에 이어 GE를 약 16년간 지휘했던 제프리 이멀트 회장이 현직에서 떠나면서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든 일이 쉬워 보인다”라는 쓴소리를 했다. 8월 취임할 존 플래너리 신임 회장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조언이라는 것이다. 이멀트는 발명왕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이래 줄곧 전통적 제조업체였던 GE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 차세대 성장동력인 디지털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2001년부터 최근까지 GE 주가는 30% 떨어졌다. 이멀트는 “사업은 완벽함의 게임이 아니라 진화의 게임”이라고 했다. 결과만 중시하는 주주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 있지만 시장은 변화를 원했다.
▷GE 이사회는 GE만의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2011년부터 심사를 시작해 새 리더를 뽑았다. 미국 언론이 예상 못한 의외의 인물인 플래너리가 선보일 리더십은 위에서부터 일방통행했던 잭 웰치식 리더십과 다를 것이다. GE만큼 큰 공룡기업일수록 ‘명령과 통제’보다는 ‘영향과 소통’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진단이다. 한국 기업의 리더십도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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