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늘면 수다만 늘어” 이번엔 성차별 구설수…우버 이사 결국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15시 26분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와 성과지향적인 사내 분위기로 구설수에 오른 차량공유업체 우버를 쇄신하자며 임원진들이 모인 13일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본사 회의실.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사외감사팀의 보고서를 채택하는 등 요란한 변신 예고가 이어졌지만 회의실은 한 임원진의 ‘탈의실 대화’ 수준의 농담에 또다시 절망했다.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의 휴직과 권한 축소 등 굵직한 안건이 다뤄진 이날, 우버 이사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우버에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던 참이었다. 네슬레 임원인 완 링 마르텔로가 신임 우버 이사로 들어오게 됐다며 “여성 이사가 한 명 늘어나면 연쇄적인 여성 임원 비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세계적 사모펀드 TPG캐피털 회장이자 우버 이사인 데이비드 본더먼(75)의 반응은 회의 참석자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여성임원이 는다는 뜻은) 사실 수다(more talking)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한 것이다. 허핑턴은 “에이 데이비드, 그건 아니죠(Oh come on, David)”라며 애써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회의 참석자들은 경악했다”라고 전했다.

우버는 2월 한 여성퇴사자가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으나 회사에서 가해자를 고성과자라는 이유로 묵살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남성우월주의 성향이 짙은 사내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회사 행사에서 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 수 명을 성추행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야구배트로 머리를 때려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소집된 회의에서 유명투자자 출신 이사가 쇄신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는 망언을 내뱉은 것이다.

본더먼은 곧 “(허핑턴에게 던진)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동료 이사들과 모든 우버 직원들에게 사과한다. 깊게 후회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뒤 우버 이사직을 전격적으로 내려놨다. “사려깊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그 파괴적 효과를 이해하며 책임을 지겠다”는 설명이었다. 현지 언론은 “사내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보여준다”고 일제히 분석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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