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테러를 주도해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46·사진)가 폭격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바그다디는 미국이 현상금 2500만 달러(약 283억 원)를 건 ‘제거 대상 1순위’ 테러리스트로, 스스로를 이슬람 공동체 최고지도자인 칼리프로 칭하며 IS의 국가화를 선포한 인물이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0시 35∼45분 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 락까 남부 외곽지역에서 IS 간부들이 모인 회의장을 러시아군 SU-34와 SU-35 전폭기가 폭격했다. IS가 락까에서 탈출하기 위한 경로를 논의하던 자리에 바그다디가 참석했고, 그를 포함한 IS 간부 30명과 경호원 300여 명이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당시 현장에 바그다디가 있었고,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복수의 정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사망을 공식 확인한 건 아니지만, 국방부가 사망 가능성을 공식 발표할 만큼 확실한 단서를 가진 상황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당시 드론으로 사전 정찰까지 마친 다음 폭격을 개시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락까 지역 통치자 아부 하지 미스리, 이브라힘 나이프 하지, IS 보안사령관 술라이만 샤우아 등도 있었다며 신원까지 특정했다.
바그다디가 사망했다면 IS가 소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S는 이라크 핵심 거점인 모술의 95% 이상을 이라크군에 빼앗긴 상태다. 미군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아랍군이 이달 초부터 락까를 향해 진격 중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바그다디가 평소 전면에 나서온 인물이 아닌 만큼 다른 지도자가 조직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그다디가 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은밀히 숨어 지내던 그가 폭격이 한창인 락까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라미 압둘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장은 16일 로이터통신에 “폭격이 있던 5월 말 바그다디가 (락까가 아니라)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와 이라크 영토를 오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