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백악관 가는 길, 이방카 부부로 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기재 기자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에 대고 속삭여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최측근 실세를 찾아라. 맏딸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제1 타깃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과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그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방카-쿠슈너 커플에게 벌써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파벌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혼돈의 백악관에서 이 둘은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중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중국 정부가 이방카-쿠슈너 커플의 하반기 중 방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중국 당국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4월 마러라고에서 구두로 요청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정확한 방문 일정은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일정에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미 2월 초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음력 새해 행사에 이방카와 딸 아라벨라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가 전임자들과 다르게 새해 행사에 축전을 보내지 않자 관계 악화의 위기감을 느낀 중국대사관이 전력을 다해 섭외에 나선 결과다. 대사관은 이방카 모녀를 극진히 대접했고 이방카는 다음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물받은 종이 용(龍) 인형을 갖고 노는 아라벨라의 영상을 올려 환대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약발이 먹힌 것일까. 일주일 후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고수 의지를 밝혔다. 쿠슈너의 중재로 성사된 4월 첫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는 시 주석을 ‘친구’로 부르고 있다.

일본도 분발하고 있다. 5월 초 이방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튜브 영상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으로 유명해진 일본 코미디언 피코타로의 신곡에 맞춰 춤을 추는 어린 두 아들의 영상을 올렸다.

주미 일본대사관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었다. 이방카 자녀들이 피코타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약 한 달 전인 4월 초, 대사관저에서 열린 벚꽃축제 축하연에 이방카와 그 자녀들을 초청해 “미국과 일본은 베스트 프렌드”를 외치는 피코타로 영상 메시지를 보여줬는데, 이방카가 이에 일종의 답례를 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수차례 피코타로를 언급하며 양국의 친밀함을 과시했다.

모든 구애가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첫 번째 부인이자 이방카의 어머니인 이바나의 모국 체코도 구애의 손을 흔들고 나섰다. 주미 체코대사 히네크 크모니체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이바나가 체코 사람인 것은) 기쁜 우연”이라면서 “이방카가 체코에 오면 매우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년 전 트위터에 “내 체코어 실력은 형편없다. 욕만 몇 마디 한다”고 적은 이방카는 어머니의 나라에 큰 애착은 없다는 듯 아직 체코를 방문하지 않았다. 체코 대통령 밀로시 제만이 친(親)러시아와 반(反)이민 성향을 보여 백악관 내 야당을 자처하는 이방카가 찾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분석도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이방카 가족#백악관#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