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이란 국회의장, 기자간담회
‘사우디, 테러 지원 의혹’도 제기… “트럼프, 핵합의 무시땐 피해 볼것”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한다면 (한국 입장에서) 모욕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카타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란 국회의장의 한국 방문은 196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라리자니 의장은 “사우디는 각 나라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는 건 이상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란과의 단교 등을 조건으로 걸고 카타르를 압박하는 사우디의 행태에 일침을 날린 것이다.
현재 이란은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지만 사우디는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용어로 아랍어로 ‘짓밟다’란 뜻)의 무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며 “사우디는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이란 핵합의’를 인정 못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이란 핵합의는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가 함께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 핵합의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항공기 판매 같은 경제활동에는 적극적”이라며 “이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북한과 모두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국제사회와 핵합의를 체결한 나라로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란은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이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국 정부가 대화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방침을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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