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장례식, 사상 첫 EU葬으로 엄수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서 치러져… 메르켈 “유산 보전이 이 시대의 의무” 마크롱 “메르켈과 강한 유럽 건설”… 메이 등 유럽 정상 대거 참석 애도
지난달 16일 향년 87세로 작고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장례식이 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EU)장(葬)’으로 치러졌다. 콜 전 총리의 시신이 안치된 관 위에는 파란색 바탕에 황금색 별이 그려진 EU 깃발이 덮여 있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이 상주 격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콜 전 총리를 정치적 멘토로 삼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콜 전 총리가 없었다면 나를 포함해 1990년 전까지 베를린 장벽의 뒤편에서 살았던 수백만 명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라며 “콜 전 총리가 남겨준 유산을 보전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유럽에서 21세기는 그의 손목시계에서 시작됐다. (콜 전 총리가 원했던) 그 세계는 협력이 충돌보다 더 좋고, 다양한 집단이 독재자 개인보다 더 좋은 결정을 내리는 그런 세계였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적대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 간의 적대감과 끔찍했던 기억을 극복하게 해준 사람이 콜 전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라며 “이제 메르켈 총리와 함께 새로운 현실에서 강한 유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콜 전 총리는 진정한 유럽인이자 친구였다. 유럽은 그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높게 평가했다. ‘통일 총리’로 불리는 콜 전 총리는 재임 기간에 독일 통일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였던 동유럽을 민주화시켜 EU로 끌어들이는 데 앞장섰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간 재임한 최장수 독일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EU를 떠나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 유럽과 대치 중인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참석했다.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정상 등도 함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조문단을 이끌고 장례식에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추 대표는 조문록에 “독일 통일의 아버지이자 유럽 통합의 설계자인 콜 전 총리가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동북아의 화해를 위한 영원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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