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때려눕힌’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합성 동영상 트윗에 올려 파문
CNN 로고 합성한 레슬링 동영상… 별도 글 없이 ‘가짜뉴스’ 해시태그만
CNN “기자에 대한 폭력 조장, 트럼프 계정 막아야” 강력 반발
백악관 “비판대응 정당한 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CNN을 ‘가짜 뉴스’로 지칭하며 트위터에 레슬링 동영상을 올렸다. [1] 트럼프(오른쪽)가 얼굴
 부분에 CNN 로고가 합성된 남성의 목 부분을 팔로 가격한 뒤 [2] 바닥에 쓰러진 상대에게 주먹질을 한다. [3] 공격을 마치고 
돌아서는 트럼프의 모습과 함께 CNN의 로고를 변형한 ‘FNN(가짜 뉴스 네트워크)’이라고 적힌 이미지가 화면에 뜬다. 이 영상은
 트럼프가 직접 출연했던 2007년의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의 일부분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화면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CNN을 ‘가짜 뉴스’로 지칭하며 트위터에 레슬링 동영상을 올렸다. [1] 트럼프(오른쪽)가 얼굴 부분에 CNN 로고가 합성된 남성의 목 부분을 팔로 가격한 뒤 [2] 바닥에 쓰러진 상대에게 주먹질을 한다. [3] 공격을 마치고 돌아서는 트럼프의 모습과 함께 CNN의 로고를 변형한 ‘FNN(가짜 뉴스 네트워크)’이라고 적힌 이미지가 화면에 뜬다. 이 영상은 트럼프가 직접 출연했던 2007년의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의 일부분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화면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가 일요일인 2일에도 주류 언론을 향해 불을 뿜었다. 이번엔 ‘합성 동영상 트윗’으로 미국의 방송사 CNN을 공격해 평온한 미국의 일요일 아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CNN은 즉각 ‘어린애와 같은 행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적인 트윗을 차단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독설 트윗’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자 백악관 핵심 참모까지 나서 대통령 편들기에 나섰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모던 대통령’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 트윗’이 미국 사회의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레슬링 경기장에서 CNN 로고가 얼굴 부위에 합성된 남성을 때려눕히는 28초 분량의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CNN 로고의 얼굴을 한 남성을 쓰러뜨리고, 마구 때린 뒤에 의기양양하게 돌아서는 연출된 장면이 3번 반복되는 동영상이었다. 영상 마지막에는 ‘가짜뉴스(Fake News)’를 연상시키는 ‘FNN’ 로고도 등장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0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소유주인 빈스 맥맨을 덮치는 장면을 재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편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커뮤니티사이트인 레딧에 올라와 있던 영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트윗하면서 논란을 예상한 듯이 별도의 글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FraudNewsCNN(가짜뉴스CNN)’이라는 해시태그만 달았다. 동영상 트윗으로 한방 얻어맞은 CNN은 강하게 반발했다. 곧장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기자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 슬픈 날(a sad day)”이라며 “트위터가 폭력을 조장하는 트럼프의 계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 브루스 브라운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기자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위협”이라고 비판하는 등 주류 언론과 정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과 주류 언론과 경쟁 관계인 트위터는 대통령의 트윗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계정 차단 요구에 대해 트위터 측은 “대통령의 트윗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약관을 위배하지 않았다”며 중단시킬 뜻이 없음을 밝혔다.

트럼프 트윗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자 톰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ABC방송에 출연해 “아무도 그 트윗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지키기’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은 비판에 대해) 대응할 권리가 있다”며 “대통령이 미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이 대통령의 신체적 정신적 직무 이행 가능성 여부를 감독하는 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한 법안을 4월에 제출해 지난주 의원 23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트럼프#cnn#합성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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