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에 ‘파트너’로 바꿔… 反트럼프 노골화
“獨-佛은 유럽의 엔진” 유대 과시… “2025년까지 완전고용” 경제 자신감
5년 전 총선 때 미국을 “가장 중요한 우방(friend)”이라고 표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이번 총선 공약집에서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우방 대신 파트너(partner)를 선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더 이상 메르켈의 우방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은 3일(현지 시간) 내놓은 총선 공약집에서 “독일은 미국과 더 긴밀하고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역시 “미국과의 우정은 우리 국제협력의 주춧돌로 여긴다”고 썼던 5년 전 공약집보다 약화된 표현이다.
5월 선거운동 유세에서 메르켈 총리가 “유럽은 더 이상 미국과 영국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 유럽은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약집에서 메르켈 총리는 “세계의 안정을 지탱하는 최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독일의 역할”이라고 새로운 독일의 위상을 제시했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를 “유럽을 이끄는 엔진”이라 부르며 “프랑스와 힘을 합쳐 유럽통화기금(EMF) 창립 등을 통해 유로존을 단계적으로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럽 방위와 관련해서도 “유럽은 유럽 방위에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며 스스로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의존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압박을 받는 상황을 유럽 주도의 방위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메르켈의 ‘탈미(脫美) 행보’는 독일인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독일인의 35%만이 미국에 우호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 임기 말 조사(57%)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공약집에서 “2025년까지 독일이 완전 고용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제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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