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62)를 진료한 독일과 미국 의사들이 류샤오보의 해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처럼 중국 당국이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샤오보 출국을 가로막고 있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9일 유투브에는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제1병원을 방문한 독일·미국 의사 2명과 중국 의료진이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30여 초짜리 폐쇄회로(CC)TV 동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측이 “당신들이 우리보다 더 잘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묻자 독일 의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11일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선양발 보도에서 편집되지 않은 이 동영상을 확보했다며 중요한 대화 내용들이 빠져 있다고 폭로했다. 독일 의사가 마지막 말에 이어 “하지만 이건 인도주의 사안이다. 당신들은 그(류샤오보)가 출국을 원하는 걸 알고 있다. 이건 의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과 관련돼 있다. 나는 그를 데리고 떠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VOA는 중국 당국이 “외부가 알기 원하지 않는 중요한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주중국 독일대사관은 10일 밤 이례적으로 중국 당국이 허락 없이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한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독일 측의 바람과 상반되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중국 관영 언론에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 보안 기관이 (이런 과정을) 조종한 것 보인다”며 “이는 류샤오보 문제를 다루는 중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류샤오보 해외 치료를 위한 독일 정부의 역할도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 대변인을 통해 “중국이 인류애의 신호를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세계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류샤오보의 출국을 중국 당국에 촉구한 것이다. VOA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류샤오보의 출국에 주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시진핑은 ‘귀국해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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