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이 흑인 비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자 테리사 메이 총리가 해당 의원에게 당원 자격 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으로 겨우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보수당이 내우(內憂)에 휘말리는 형국이다.
10일 허핑턴포스트 영국판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보수당의 앤 마리 모리스 하원의원은 싱크탱크가 주최한 행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의 금융 서비스 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숨겨진 진실(real nigger in the woodpile)’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역하면 ‘장작더미 안에 숨은 검둥이’라는 뜻의 이 표현은 19세기 중반 자유를 찾아 미국 북부로 도망가기 위해 장작더미 사이에 숨었던 남부 흑인 노예들의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검둥이(nigger)’는 흑인을 경멸하는 표현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모리스 의원은 “고의로 쓴 표현이 아니다. 전적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메이 총리는 결국 모리스 의원의 당원 자격을 정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해당 발언은 충격적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원내총무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같은 당의 하이디 앨런 의원은 트위터에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종차별 행위를 절대로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는 “짐 크로 법(인종차별법)이 있던 시대에나 있을 법한 발언”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보수당 의원이 ‘막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7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보수당의 찰스 워커 하원의원이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 논란을 일으켰다. 워커 의원은 ‘공공 부문 임금 인상 1% 상한선 폐지’ 법안에 찬성해 달라는 한 간호사의 편지에 답장을 하면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와 존 맥도널 하원의원은 우리나라의 적과 편을 맺어 왔다”며 “2인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끄는 노동당이 낸 법안엔 찬성할 수 없다”고 적었다.
보수당 지지율 역시 계속 낮아지고 있다. 6일 더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 지지율은 38%로 제1야당인 노동당 지지율 46%에 8%포인트 뒤졌다. 지난달 선데이메일이 발표한 보수당 지지율은 39%, 노동당 지지율은 45%로 한 달 동안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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