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돕고 러 경제 제재 풀어라”… 美정가 헤집고 다닌 ‘크렘린의 검은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키슬랴크 대사, 비밀거래 연락책
쿠슈너-플린 등 핵심측근들 접촉… 고르코프 은행장도 경제지원 의혹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푸틴에게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1월 전문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던 ‘트럼프 정보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간절히 바랐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푸틴이 ‘얘기가 되는 클린턴의 상대’로 여겨진 트럼프의 당선을 돕고, 트럼프는 러시아 제재를 풀어주는 거래가 오갔다는 것이 ‘러시아 스캔들’의 골자다. 잠잠하던 스캔들은 트럼프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클린턴을 해할 정보’를 쥐었다는 러시아 인사를 비밀리에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점화되고 있다. 덩달아 잊혀질 뻔한 크렘린궁 ‘꼭두각시’들의 행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장남이 ‘러시아 스캔들’의 중심으로 떠오른 11일 밤, 원조 스캔들 ‘몸통’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는 수도 워싱턴의 고급 호텔에서 환송회를 가졌다. 미국대사직을 내려놓고 22일 러시아로 돌아가는 키슬랴크는 트럼프 측근들과 활발하게 만나면서 푸틴과 트럼프 사이의 ‘비밀 거래 연락책’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키슬랴크는 대선을 전후해 트럼프의 최측근들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재 해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접촉하며 ‘미-러 경제관계 개선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선거 기간 때부터 트럼프 실세들에게 ‘러시아를 잘 봐달라’는 홍보실장 역할을 하고 다닌 것이다.

트럼프 당선 후 ‘홍보실장’ 키슬랴크의 행보는 더 노골화됐고 결국 화를 불렀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이유로 제재를 강화하자 키슬랴크는 플린과 제재 해제를 논의했고, 플린은 이 대화 내용을 숨겼다가 임명 한 달도 안 돼 사임했다. 트럼프 사위 쿠슈너도 ‘러시아 스캔들’ 불똥을 피하고 있었으나 미-러 간 ‘핫라인’을 열 것을 키슬랴크와 논의한 사실이 5월 드러나 스캔들의 몸통 중 한 명으로 떠오르게 됐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브네셰코놈뱅크(VEB)는 평범한 은행이 아니다. 한 전문가는 가디언에 “(VEB는) 정부가 지정하는 프로젝트에 돈을 대는 기관이며 VEB의 수장은 사실상 재무장관급의 정부 인사다”라고 말했다. 쿠슈너는 바로 이 은행을 이끄는 정보기관 출신의 푸틴 측근 세르게이 고르코프와 지난해 12월 만났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측이 트럼프 측근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안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푸틴과 트럼프의 밀월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인 셈이다.

한기재 record@donga.com·김수연 기자
#트럼프#러시아 내통#크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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