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운전사-에어비앤비 집주인 등… 법적 지위 정해 처우 개선 하기로
일각 “고용 불안정성 해소 역부족”
영국 정부가 ‘기그(gig) 워크’(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형태의 일자리)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지시로 9개월간 영국의 근로 관행을 조사해온,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보좌관 출신 매슈 테일러는 11일(현지 시간) 고용 관행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그 워크 노동자들을 ‘의존적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기그 워크 노동자의 대표적 사례는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운전사,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집주인 등이다. 이들은 일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단기 일자리를 찾는다. 자영업자와 피고용인 사이에 있는 이들에게 법적 명칭을 부여해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보고서는 기그 워크가 회사 측에만 일방적으로 유연한 고용 형태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기그 워크 종사자들이 대부분 ‘제로 아워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로 아워 계약은 회사와 최소 노동시간을 미리 계약하지 않고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노동 계약을 뜻한다. 최소한의 근무 시간과 최소 임금이 정해져 있지 않아 소득 예측이 어렵고 유급 휴가나 병가도 인정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따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능률급(piece rate·일한 시간이 아닌 작업 건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기반을 두되 기그 워크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 회사에서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때처럼 기그 워크 회사 측에서도 이들의 국민보험 기여금 등 고용 관련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노동 트렌드인 기그 워크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최대 노조연맹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는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능률급’의 부활이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우버 운전사가 교통 체증 때문에 탑승자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하더라도 돈을 더 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 보고서는 기그 워크의 높은 고용유연성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성 보장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TUC 관계자는 “직업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한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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