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성 마크를 단 트럭에서 내린 직원이 수소연료전지(FC)로 작동하는 지게차에 케이블을 꽂고 수소 충전을 시작했다. 불과 3분 만에 충전이 끝나자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렀다.
충전이 완료된 지게차는 무거운 맥주 박스를 소음 없이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지게차 운전자는 “전기 지게차를 쓰다 2주 전에 바꿨는데 성능에 전혀 차이가 없다. 사용 후에 물을 배출하는 걸 제외하면 수소차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라며 웃었다.
FC 자동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할 때 생성되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쓴다.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충전 시간이 길고 주행 거리는 짧은 전기차(EV)의 단점을 해결해 ‘꿈의 자동차’로 불린다. 도요타는 FC 차량으로 승용차, 버스, 지게차를 생산·판매하는데 이날 선보인 지게차는 한 번 충전으로 8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날 도요타자동차는 요코하마시 등과 함께 도심부에 구축한 ‘수소 생태계’ 운영 현장을 내외신에 공개했다. 기자는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참석해 풍력발전으로 만든 수소를 전용차로 운반해 지게차에 주입하고, 이를 운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다. 도요타 측은 “수소 생산, 소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요타는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간 요코하마 해안의 풍력발전소 ‘하마 윙’도 공개했다. 발전소 옆에는 풍력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활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만 골라 저장·압축하는 시설이 완비돼 있었다. 도요타 관계자는 “풍력으로 수소를 제조하고 저장·배송 준비까지 완료하는 일본의 첫 시설”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사업에선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도록 했다.
가장 큰 특징은 수소 실시간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주유소와 유사한 수소 스테이션을 만들어 수소를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테이션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수소차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요타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수소를 수소충전차에 옮긴 후 공장, 청과시장, 물류센터 등 4곳에 배치된 수소 지게차 12대에 전달하도록 했다. 수소 제조 및 배송 상황, 지게차 각각의 수소 잔량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크라우드 시스템(발전소, 충전소, 지게차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체계)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도모야마 시게키(友山茂樹) 도요타 전무는 “필요할 때 ‘저스트 인 타임’으로 수소를 배송하는 시스템은 일본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야마모토 고이치(山本公一) 환경상은 “일본 첫 수소 배송 시스템이 수소사회 실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하겠다”며 수소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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