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력 영자매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최측근 가족의 호화생활 의혹을 보도했다가 다음 날 바로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에 2015년 인수돼 독립성 약화가 우려됐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다. 중국 공산당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CMP는 19일자 기사에서 시진핑의 ‘브레인’ 리잔수(栗戰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정치국 위원)의 딸 리첸신(栗潛心)이 싱가포르 출신 32세 사업가의 홍콩 호화주택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며 이 사업가와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업가의 자산은 15억 홍콩달러(약 216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핑궈(¤果)일보는 같은 날 이 사업자의 홍콩 호화주택이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사가 정계 요인과 VIP를 접대하던 안가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사업가가 어느 시점엔가 직책에서 물러난 뒤 베이징(北京)으로 갔고 이달 10일 그의 증권투자 활동도 중단됐다”고 전했다. 반면 SCMP는 이 사업가가 불법행위와 연관돼 있는지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위 서기가 시 주석의 부패 척결 활동을 총지휘하는 ‘왼팔’이라면 리 주임은 정상회담을 포함해 시 주석의 대내외 활동 보좌를 책임지는 ‘오른팔’이다. 최근 왕 서기의 부패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리 주임에 관한 의혹까지 나온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20일 딸과 관련된 호화생활 의혹이 올해 가을 열리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리 주임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 권력 강화 기반의 쌍두마차인 두 사람 모두 타격을 입으면 당 대회를 계기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장기 집권을 하려는 시 주석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SCMP는 20일 “해당 보도는 복수의 검증 불가능한 대목을 포함하고 있어 보도 기준에 맞지 않았다”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유명 인권 운동가(류샤오보)의 사망, 중국의 인터넷 검열 등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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