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독주… 명암 엇갈린 트럼프의 ‘장군 3인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장성출신 비서실장 43년만에 처음… 켈리, 트럼프 입맛 맞는 강경 발언
“비판 언론에 칼 휘둘러라” 조언도
맥매스터 고립… 매티스도 입지 약화

“(켈리는) 명령 불복종과 혼란을 용납하지 않는다. 트럼프 최고의 인사 개편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비역 해병대 대장인 존 켈리 전 국토안보장관(67)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국방장관을 거친 리언 패네타가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여야의 신뢰까지 두루 얻고 있는 군 출신 인사로 파벌 경쟁에 누더기가 된 백악관의 질서를 잡을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였다.

군생활 45년을 거치며 정직성과 일처리 능력만큼은 확실하다는 평판을 얻은 그는 국토안보장관 상원 인준 과정도 찬성 88표, 반대 11표로 초당파적 지지 속에 통과했다. 장성 출신 비서실장은 ‘워터게이트’로 몰락 직전이던 리처드 닉슨의 비서실장 알렉산더 헤이그(당시 현역 육군 대장) 이후 43년 만이다.

장관이 된 켈리는 트럼프의 입에 맞는 강경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비판 언론에 대해 “칼을 휘두르시라”고 조언했고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 비판 세력을 겨냥해 “적법한 행정행위를 고의적인 학대로 매도한다”며 “법을 바꾸든지 아니면 닥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인정하는 올곧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마음까지 얻으면서 백악관에서 상한가를 친 것이다.

켈리가 ‘사실상 2인자’ 비서실장으로 영전하면서 트럼프의 극단적 성향과 아마추어리즘을 보완할 것으로 임기 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그의 ‘장군 3인방(켈리,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55),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67))’은 희비가 엇갈리는 형국이다. 상한가를 치는 켈리와 정반대로 매티스와 맥매스터는 속앓이에 고심이 많다.

이미 ‘위기의 남자’였던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켈리의 백악관 등장으로 더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분석매체 538은 “만약 켈리가 러시아를 포함한 외교 정책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악관 내) 최측근으로 등극한다면 대통령은 맥매스터를 더 강하게 거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이 모두 장성 출신인 특수한 상황에서 켈리가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개진할 경우 전문 분야가 다소 겹치는 맥매스터의 고립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매티스 국방장관도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해임이나 사퇴설에 휘말린 적은 없지만 트럼프의 돌출 행동에 기겁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매티스는 트럼프가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불허하겠다고 트위터에 적었다는 소식을 휴가지에서 듣고 ‘아연실색(appalled)’했다. 하루 전에 전해 들은 방침을 대통령이 조율 없이 트위터에 터뜨려 버린 사실에 놀란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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