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히잡을 쓰고 책 대신 알록달록한 풍선을 든 이집트 소녀들은 공부를 하러 온 게 아닌 것이 분명했다. 얼굴에는 빨간색 하트가 그려진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옷깃엔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배지를 달았다. 반짝거리는 목걸이도 아이돌 그룹을 상징했다.
27일(현지 시간) 도서관에서는 ‘2017 K팝 월드 페스티벌 이집트 지역 예선’이 열렸다. K팝 월드 페스티벌은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지만 수도 카이로가 아닌 알렉산드리아에서 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온라인 예선에 60팀이 지원해 선발된 12팀이 이날 본예선에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원은 무엇보다 많은 참가 인원에 놀랐다. 한국문화원 측은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첫 행사에 이집트 한류 팬들이 생각보다 적게 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도서관 대강당 1800석은 금세 팬들로 가득 찼다. 박재양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팝 행사를 찾는 한류 팬이 200∼300명 수준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류 팬클럽 ‘삼한’과 ‘K-서포터스’가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행사 수개월 전부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열띤 홍보활동을 벌이며 한류 팬들을 끌어모았다. 2007년 아랍권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 팬들과 달리 한류 2세대 팬들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앞장서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삼한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7월 한국문화원과 함께 알렉산드리아 예술센터에서 ‘K팝 콘테스트’를 여는 등 직접 한류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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