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오족’ 출신 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72)가 4번째 도전 만에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오딩가 전 총리는 8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키쿠유족’인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55)과 지지율 1%포인트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케냐에 만연한 부족주의와 부정선거라는 장애물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케냐에서는 최대 부족인 키쿠유족(22%) 출신이 2002년 이후 대통령을 독점해 왔다.
오딩가 전 총리와 케냐타 대통령의 가문은 오랫동안 정치적인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의 부친인 조모 케냐타와 자라모기 오딩가는 1963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뒤 각각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을 지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든 오딩가는 2002년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 단일화를 주도하며 24년간 이어진 대니얼 아랍 모이 대통령의 독재를 청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딩가는 세 번의 대권 도전(1997, 2007, 2013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므와이 키바키 당시 대통령과 맞붙은 2007년 대선은 패배 이상의 비극을 안겨줬다. 오딩가의 득표가 키바키보다 앞서자 개표 방송이 중단되면서 개표 부정 시비가 일었다. 오딩가는 결과에 불복했고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까지 나서 외부 감사를 촉구했다. 이 같은 시비는 결국 키쿠유족과 루오족 간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두 달 동안 1100명이 숨지고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국제사회의 중재로 케냐 정부가 오딩가를 총리로 임명해 연합정부가 꾸려지면서 겨우 사태가 수습됐다.
부정선거 논란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11개 선거구에서 투표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케냐타는 7000표 차로 과반을 넘어서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딩가는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지만 “또 한 번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나라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투표 전부터 유권자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케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자투표와 투표 집계를 담당하는 고위급 직원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까지 발견돼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에 대한 협박 사례들을 보고했고, 국제회계법인 KPMG도 1960만 명의 유권자 명부에 적어도 100만 명의 사망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딩가와 야당 연합체인 국민슈퍼동맹(NASA)은 선거 30일 전에 발표하도록 법으로 규정된 유권자 명단을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발표하는 등 집권 여당이 부정선거를 꾀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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