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족초청 이민 제한… 영주권 발급 절반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트럼프, 새 이민정책 발표
초청대상, 배우자-미성년자녀 제한… 10년내 영주권 발급 100만→ 50만으로
취업이민은 영어능력 평가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그린카드(영주권) 발급을 10년 이내에 절반인 50만 명으로 줄이기 위한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가족의 초청을 받아 영주권을 획득하는 ‘초청 이민’을 줄이고, 기술·성과주의 이민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법안의 최초 발의자인 공화당 톰 코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과 함께 외국의 미숙련·저임금 근로자 유입을 억제하는 내용이 골자인 새 이민 입법안을 공개했다.

‘강력한 고용을 위한 미국 이민 개혁법(RAISE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의 핵심은 합법 이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 결합에 의한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에선 영주권자의 형제자매와 성인 자녀에게도 영주권 발급이 허용됐지만, 미성년 자녀 및 배우자로 적용 대상이 축소된다.

연간 14만 건에 이르는 취업이민 그린카드 발급은 학력, 기술, 영어 능력 등 평가 요소를 토대로 한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지원자의 순위를 매겨 발급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이민 정책은 미국의 노동자, 납세자, 경제를 보호하고 우선시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인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강조했다.

새 이민법 추진에는 반(反)이민 성향이 뚜렷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한 달 전 40%에서 더 추락한 3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와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쿠바 출신 이민자 2세인 CNN 기자 짐 아코스타는 “자유의 여신상에는 ‘자유를 바라는 그대여, 가난에 찌들어 지친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고 쓰여 있다. 새 이민법은 이런 미국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러는 “그 글귀는 원래 있던 게 아니라 나중에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아코스타가 “영어 능력을 평가한다면 영국과 호주 출신만 데려온다는 건가”라고 되묻자 밀러는 “영국이나 호주 출신만 영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놀랍다”고 맞받아쳤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민정책#영주권#미국#트럼프#배우자#미성년자#자녀#취업이민#영어능력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