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 산 잔 루이즈 칼망 할머니가 1997년 오늘(8월 4일) 숨을 거뒀다. 칼망 할머니는 1875년 2월 21일 프랑스 부슈뒤론 주 아를에서 태어나 122년 164일을 살았다. 이 할머니는 이승만 전 대통령,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와 동갑내기. 두 사람은 1965년에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할머니는 이들보다 32년을 더 살았다.
공식적이라는 건 출생과 사망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 있다는 뜻. 19세기만 해도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아 태어난 날짜를 정확히 남기기 어려웠던 데다 전쟁 등으로 기록이 사라지는 일이 많았다. 2010년 일본에서 고령자 호적을 조사했을 때 200세인 인물이 ‘행방불명’인 사례도 있었다. 칼망 할머니는 출생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 있다.
칼망 할머니는 1965년 90세가 되자 같은 동네에 사는 앙드레 라프레이 변호사(당시 48)에게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할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던 딸은 병으로 잃고 손자도 사고도 숨져 상속자가 없는 상태였다. 계약 조건은 라프레이 변호사가 할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2500프랑(현재 약 48만 원)을 매달 주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아파트를 갖게 되는 것.
당시 할머니가 이미 90세였으니 변호사로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 할머니가 그 후로 32년을 더 살았다는 것. 결국 이 변호사가 할머니보다 먼저 1995년 숨지면서 아파트 소유권을 끝내 얻지 못했다. 오히려 변호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변호사 가족들이 매달 양로원에서 머물고 있던 할머니에게 2500프랑을 지급해야 했다.
칼망 할머니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칼망 할머니 삼촌이 화구(畵具) 가게를 운영했는데 반 고흐가 그 가게 단골이었던 것. 이런 인연으로 칼망 할머니는 1990년 반 고흐 그림을 소재로 한 영화 ‘명화의 외출(원제 Vincent et moi)’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이로써 칼망 할머니는 역대 최고령(115세) 영화배우 타이틀도 갖게 됐다.
재미있는 건 이 할머니가 1896년 처음 담배를 배운 뒤 1992년까지 계속 흡연자였다는 것. 97년 동안 담배를 피운 것 역시 역대 최장 기록이 아닐까. 이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현재 최고령자로 인정받고 있는 건 1990년 3월 10일 태어난 바이올렛 브라운 할머니(자메이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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