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 “북핵 문제, 韓日 손잡고 협상통해 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日 ‘피스보트’ 가와사키 공동대표
“남-북-日 새 핵무기금지협약 가입땐 동북아 비핵지대 실질적 진전”

“한국과 일본이 무장해제한다면 북한의 무장해제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한반도 8월 위기설이 무성한 이때 ‘무장해제론’은 뜬금없이 들렸다. 평화운동가의 이상론인가 싶었다. 하지만 가와사키 아키라 씨(49·사진)는 단호했다. 여객선에 승객을 태우고 100일간 세계여행을 하며 평화교육을 하는 일본의 유명 비정부기구(NGO) ‘피스보트’의 공동대표이자 20년 이상 반핵·평화운동을 해온 가와사키 씨를 6일 히로시마에서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의 제안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북아시아에 비핵지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집단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7월 유엔에서 통과된 ‘핵무기금지협약’ 이야기를 꺼냈다. 이 협약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할 새 협약으로 핵무기 개발·보유·사용 위협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도 협약에 반대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 일본이 핵무기금지협약에 함께 가입한다면 북핵 문제 협상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한국 영토에 핵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을 북핵 협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협약 가입을 통해 한국이나 일본 영토에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없앤다면 북한의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북한에만 핵 폐기를 강요하는 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도 미국과 북한 간 실질적 무역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큰 효력이 없을 거라고 봤다.

최근 북한과 미국 간 말의 전쟁은 어떻게 평가할까. 가와사키 씨는 “무섭긴 하지만 양측 다 궁극적으로 협상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핵무기가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수단인 데다 양측 모두 군사적 충돌이 불러일으킬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북핵 폐기도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핵 폐기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일 뿐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기술 폐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그는 “장거리미사일 기술이 폐기되더라도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기술이 남아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의 초점을 북핵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는 한일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협력이 쉽지만은 않다. 그는 “일본인들은 북한의 미사일에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북핵 문제가 한일 공동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간 협력이 중요하지만 ‘역사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2015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불가역적 합의’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는 데다 위안부 피해자가 직접 협상 과정에 참여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영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위안부 합의 재협상 제안은 오히려 일본 내 반발을 살 수 있다며 “급격한 방향 전환은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히로시마=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가와사키#무장해제론#북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