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곳곳에 도사린 ‘남부연합’의 유산… 인종차별 충돌의 뇌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남부지역 중심 상징물 1500여개… 백인 우월주의 세력 철거 반발
2년전에도 흑인교회서 총기난사
9월 ‘남부연합 수도’서 집회 계획… 철거 찬성 세력과 또 충돌 우려

12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남부연합군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두고 이를 찬성하는 시민들과 백인 우월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반대파의 충돌이 빚어져 사상자가 발생하자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는 단체를 중심으로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 운동 제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제1라운드는 2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시의 흑인교회에서 딜런 루프(23)가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 뒤 일어났다. 그간 60개 가까운 남부연합 상징물이 철거됐다. 하지만 관련 기념물이 여전히 많은 데다 맞불 집회도 예고돼 추가 충돌이 우려된다.

샬러츠빌 사태가 벌어진 당일 켄터키주 렉싱턴시의 짐 그레이 시장은 “샬러츠빌의 비극이 발표를 앞당겼다”는 말과 함께 구(舊)지역법원 마당에 있던 남부연합 관련자 동상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도 남부연합의 장군이자 큐클럭스클랜(KKK)의 초기 회원이었던 네이선 베드퍼드 포러스트의 동상이 설치된 공원에 100여 명이 모여 “정의를 세우자” “포러스트는 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반면 샬러츠빌 시위를 주도한 백인 우월주의 성향 싱크탱크 ‘내셔널폴리시인스티튜트’의 리처드 스펜서 회장은 12일 “당신들 머리가 팽 돌 정도로 끝까지 다시 돌아오겠다”며 응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보수단체 ‘리치먼드 기념물 보존을 위한 미국인’은 과거 남부연합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앞에서 9월 집회를 열겠다고 주 정부에 신고했다. 꼭두새벽 방탄조끼를 입고 저격수의 호위를 받으며 남부연합 기념비를 철거했던 올 4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의 장면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양상이다.

양측의 충돌을 야기하기에 충분한 ‘불쏘시개’들은 남부연합에 가담했던 남부 주들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장소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부연합의 기념비와 동상 등 유형 상징물은 총 31개 주에 700여 개이며 지역·도로·학교명 등 무형 상징물까지 합하면 1500여 개에 이른다. 버지니아주(223개)에 가장 많고 텍사스(178개) 조지아(174개) 노스캐롤라이나(140개) 미시시피(131개)가 그 뒤를 잇는다.

조지아주 스톤마운틴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주요 인물들(왼쪽부터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토머스 잭슨 장군)의 모습을 돌산에 초대형 부조로 새긴 남부연합기념조각이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남부연합기가 디자인에 포함된 미시시피주 깃발. 사진 출처 남부빈곤법률센터
조지아주 스톤마운틴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주요 인물들(왼쪽부터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토머스 잭슨 장군)의 모습을 돌산에 초대형 부조로 새긴 남부연합기념조각이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남부연합기가 디자인에 포함된 미시시피주 깃발. 사진 출처 남부빈곤법률센터
대표적 기념물로 조지아주의 ‘남부연합기념조각’이 있다. 돌산 표면에 축구장보다 큰 크기로 제퍼슨 데이비스(남부연합 대통령)와 로버트 리 그리고 토머스 잭슨 장군 등 남부연합 지도자 세 명의 말 탄 모습을 새긴 것으로 ‘남부의 러시모어산’(조지 워싱턴 등 전직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사우스다코타주의 산)으로 통한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조지아지부가 2015년 조각을 지워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미시시피주의 경우에는 주기(州旗) 자체가 논란거리다. 미국 50개 주의 깃발 중 유일하게 문제의 남부연합군 깃발을 디자인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미시시피대와 일부 도시는 이 깃발 계양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를 반대하는 세력이 전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백인 우월주의 찬양이 아닌 전몰자 추모이며 남부 역사의 유산을 상징할 뿐이라는 주장도 있는 것. 일각에선 남부연합기 사용은 금하되 기념비와 동상 등은 그대로 두고 역사적 맥락을 알릴 수 있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남부연합#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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