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우파, 미인계로 세력 확장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여성들 홍보 전면에 내세워… 남성 추종자 늘리려는 전략

“오, 아리아의 여신이시여.” “당신과 사귀고 싶습니다.”

올해 초 온라인에 퍼진 한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보수집단 ‘대안우파(Alt-Right)’의 열혈 추종자로 알려진 여성 라나 록테프. 그는 “남성을 움직이는 건 여성이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도 우리”라며 여성들의 우파 활동을 독려하고 있었다. 금발의 미녀가 쏟아내는 극우적 발언에 남성들은 환호했다.

앞서 미국 대안우파의 대표적 블로거인 콜린 로버트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에 여성 극우주의자들을 초대해 화상 채팅을 하는 장면을 중계했다. 이 중엔 트위터 팔로어 3만 명 이상을 보유한 백인 여성 아일라 스튜어트도 있었다. 로버트슨이 여성들과 미국 정치현안을 두고 토론을 벌이자 수많은 남성이 관심을 갖고 이를 지켜봤다.

18일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최근 대안우파 내에서 여성, 특히 ‘매력적인 여성’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리처드 스펜서 등 조직 수뇌부가 세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여성들도 극우 활동에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우파 이해하기’의 저자 조지 훌리는 “여성들이야말로 우파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무기”라며 “유튜브나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여성이 메시지를 전하면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안우파 여성들의 활동은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다. 조직의 지지자 중 여성의 비중이 20%나 되지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례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극우세력의 폭력사태에서도 여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1920년대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한 큐클럭스클랜(KKK) 소속 여성들이 “백인 여성에게만 참정권을 인정하라”며 남성처럼 위장복을 입고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보의 공개와 유통 속도가 높아진 현대에서 신원 노출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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